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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낼수록 가벼워진다

메디칼타임즈=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류한정 얼마 전 절에 일주일정도 묵은 적이 있었다. 작은 배낭 하나를 달랑 메고 갔기에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고 불편했다. 그러나 곧 소유로부터 오는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편안한 일상을 만끽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더할 나위없이 안락해졌고, 마음은 풍요로워졌다.하지만 집에 돌아와 방을 마주했을 때, 내 정신은 극도로 아득해졌다. 번잡스럽고 요란함의 극치였던 것이다. 며칠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지리멸렬한 일상으로 돌아갔고 문득 이 소비주의의 굴레를 끊어야겠다고 다짐했다.내 방은 유년시절부터 모아온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책들로 가득 찬 책장 20칸과 바닥에 쌓아놓은 책들이었다. 바닥 여기저기에 떨어진 옷가지와 더러운 화장대는 숨을 답답하게 했다.이 밖에도 아기 때 받은 손수건, 천 피스 퍼즐, 누군가의 명함, 피아노 교본, 인형 등 그 속에 담긴 시간과 추억이 흐릿해서 이제는 더이상 감흥을 주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아쉬운 순간이 올 것을 대비해 아꼈던 것들은 사진을 찍어 남겼고, 남은 물건들을 모두 거실로 빼냈다. 거실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이것들을 그냥 버리자니 환경오염이 걱정되었다. 중고장터에 팔기에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애매한 물건들이 많아서 거래를 기다리는 것만해도 일년은 걸릴 듯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의류/이불류/문구류/서적/전자제품 등으로 나누어서 각각 다른 곳에 팔거나 기부할 수 있었다.다만 기부를 더 이상 받지 않는 단체들도 있고, 기준이 모두 달라 전략적으로 택배 상자 수와 물건의 종류를 써가면서 구상했다. 밑에는 필자가 어느 곳에 어떤 물건을 보냈는 지 간략하게 써놓은 것이다. 참고하여 한적한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헌옷청년 : 옷과 신발을 정리했다. 집에 기사님이 방문하셔서 무게를 측정한 뒤, 돈으로 바꾸어 주신다. 카카오톡과 네이버카페로 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 단, 무게가 20kg이하이면 무료로 수거해 가신다. 이외에도 헌옷을 받아가는 업체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옷캔 : 머리띠, 목도리, 장갑 등 의류관련 잡화와 얇은 이불, 인형들을 정리했다. 한 박스당 최소 만원의 기부금을 낸다. 기사님께서 수거해가신다.    나눔폰 :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핸드폰, 충전기, 보조배터리를 보냈다. 착불 택배로 받으시며, 개인정보를 삭제한 뒤 제품을 분해하여 유해물질을 처리하고 금속들은 재사용한다.알라딘 중고서점 : 교양서적, 전공서적을 싼값에 팔았다. 훼손이 심하지 않은 서적들은 중고로 팔았고, 많이 찢어지거나 누렇게 변색된 책들은 폐종이로 분류해 정리했다. 어린아이가 있는 지인에게는 세계문학 전집과 중·고등학생 때 읽었던 최신 책들을 드렸다.    pencil & note share 프로젝트(PnNs) : 문구류를 보냈다. 물감, 작은 메모장, 스티커, 도장 등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많아 비닐과 고무줄로 잘 정리하여 보냈다. 어린이 도서관을 조성하실 예정이라고 하여 영어책도 같이 넣었다. 동남아 혹은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에게 기증된다. 당근마켓 : 전자제품이나 부피가 큰 물건들을 포스팅했다. 우산수리 서비스 : 각 자치구별로 저렴한 가격에 우산을 수리해준다. 그러나 필자의 집에는 우산이 너무 많아, 고장난 우산을 수리하여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해주는 제로웨이스트샵에 기부했다.아름다운 가게, 굿윌스토어 : 가장 유명한 가게들이다. 기부영수증이 발행되어 연말정산을 할 때 일부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 박스 이상이면 택배수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아침 식사를 끝낸 뒤에 시작한 물건정리와 포장은 잘 시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물건을 꺼내고, 분류하고, 닦고 정돈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집안 살림을 모두 엎고 정말 필요한 것만 남기고 싶었지만, 같이 사는 사람들이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며 아우성을 쳐서 앞으로는 매년 조금씩 정리하기로 했다.한 번 정리를 하니 내가 정말로 애정을 가지고 사용하는 것들은 환하게 눈에 잘 띄었다. 비운다는 것은 소중한 것을 찾는 과정이었다.깔끔해진 방 바닥에 벌러덩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헛헛하기는 커녕 기쁨의 옹달샘에서 물이 졸졸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충만하다는 건 이런 느낌일까. 물건을 사는데도 돈이 들지만 이를 처분하는 데는 더 큰 시간과 정성이 들었다.물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짐과 동시에 부담감도 느꼈다. 비워낼수록 가벼워진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우리 삶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짐을 끌어안고 놓지 않으면서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무거운 새는 날지 못한다. 조금 덜 가지고, 조금 덜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자유로워지는 길임을 많은 이들이 경험해보았으면 좋겠다.  
2024-03-18 05:00:00오피니언

올해 가장 잘한 일 '비건'

메디칼타임즈=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류한정 비건(vegan)은 카데바 실습 중 나에게 찾아왔다. 모든 의과대학 학생들은 학생때 한 번쯤 포르말린 용액으로 보존처리된 시신을 해부하며 해부학적 구조를 공부하는 '카데바 실습'을 하게 된다.우리 학교의 경우 본과 1학년 1학기 중순에 시작하여 약 2주간 진행되었다. 즉, 아침 9시부터 시작해 점심시간 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카데바를 들여다보며 인체 구조를 공부하는 것이다.실습은 매우 흥미로웠고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많은 지식을 배울 수 있었지만 별개로 나는 점점 밥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어디서든 진동하는 포르말린 냄새 때문에 입맛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둘째로는 그 덕분에 내가 먹는 모든 것들을 '의식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항상 생각 없이 입에 집어넣었던 맛있는 음식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객관적으로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예를 들어 순두부찌개에는 순두부와 잘게 썰어놓은 야채, 양념뿐만 아니라 축 처진 작은 새우들, 다져진 고기, 돼지기름 등이 국물 속에 섞여 있었다. 이런 세심한 관찰을 통해 음식을 바라보니 모든 것이 이질적으로 느껴졌고, 겨우 쌀밥을 먹거나 야채 몇 조각을 먹을 수 있을 뿐이었다.당시에는 몰아치는 실습 속에서 틈틈이 등장하는 식사시간마다 혼란스러운 죄책감이 들어서 복잡했다. 감히 고기가 시신의 근육조직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스스로를 불경스럽다고 느끼기도 했는데 어쨌든 음식들은 전혀 내 식욕을 돋구지 못했다. 그리고 음식들을 그저 바라보며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는 건지, 무엇을 해야 할지 쉬이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밥을 못 먹어 시름시름 해지다 보니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현재 내가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니 대체로 깔끔한 맛을 내는 채소류였고, 식사를 채소류로 채우기 시작했다.이 과정에서 채식주의와 비거니즘에 대해 알게 되었고 여러 비건 서적과 다큐멘터리를 섭렵하였다. 살면서 이름만 들어보았지 전혀 신경쓰지 않은 분야였는데 검색하면 할수록 의외로 스스로의 자리에서 조용히 채식을 실천하고 계신 분들이 참 많았고 심지어 채식하는 보디빌더도 존재했다. 그 방대한 양에 놀라 나는 한참 그 체계와 정의 같은 것들을 찾아봤다.내 인생에 새로 찾아온 신념을 받아들이고 정립해나가는 과정은 우당탕탕 좌충우돌 그 자체였다. 처음에는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에 100% 채식 식단이 아니면 먹지 않아 쫄쫄 굶을 때도 있었다.그러나 지금 내 상황에서 콩을 삶아 먹는 등의 식물성 단백질 섭취는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서 달걀과 닭고기, 일부 해산물까지는 허용하고 유제품, 날생선, 소고기, 돼지고기 등은 먹지 않는 기준을 세워 비건을 지향하는 중이다. 지금도 나는 배우는 중이며 앞으로도 시행착오를 거치며 가장 내 몸과 마음에 편안한 채식 식사는 무엇인지 찾아갈 예정이다.채식을 시작한 뒤로 동물권이나 환경에 대한 관심도 지대해져서 내가 의도치 않게 일상적으로 해를 끼치고 있는 여러 요소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고려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현재 나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실천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인조모피 대신 가죽모피를 입고, 식당에서는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해 음식을 포장해온다.실습이 끝나고 6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고기를 보자마자 실습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단계는 지났지만, 이제는 내 '의지로' 고기를 지양하게 되었다.예전에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덩어리와 맛, 향에서 내가 기피하는 것을 골라내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뒤에 써진 영양성분표와 구성 재료들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유제품 등이 포함된 것은 아닌지 꼭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식사할 때마다 신념을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를 지킬 때마다 느껴지는 안도감과 몸을 감싸는 충족감은 새로운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이 매력적인 비건의 맛을 경험하며 더 큰 자유와 행복을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2023-11-20 05:00:00오피니언

아프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메디칼타임즈=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류한정 2학기 개강 일주일 전, 이번 여름방학에 기억에 남을만한 일을 만들고 싶어 무작정 설악산으로 향했다. 하산길은 4시간 이상 진행되는 그 유명한 급경사 돌계단 '오색약수터'였다. 당일엔 뿌듯한 성취감과 함께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집에 무사히 돌아왔다.문제는 다음날부터 발생했다. 터덜터덜 평소처럼 침대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띄었는데 좌측 무릎이 뻐근했다. 날이 갈수록 크게 나아진다는 느낌은 안 들었고 오히려 좌측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 오른쪽에 무게 중심을 주며 걸으니 도리어 양측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그렇지만 나는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해 여전히 많이 걷고 격한 운동을 즐겼다. 꾸역꾸역 아픈 다리를 이끌고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던 것이다. 신기하게도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불편함을 느끼게 되니 지금까지 전혀 개의치 않았던 것들이 찬찬히 눈에 담기고 마음으로 느껴졌다.가장 큰 문제는 대중교통이었다. 대학 근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거의 지하철을 타야 하는데, 올라가는 길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지만 열차를 타는 플랫폼까지는 긴 계단을 이용해야 했다. 에스컬레이터는 양측에 두 대가 있지만 매우 비좁아 항상 줄을 서는 노인분들로 북적였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열차를 놓치기도 했다.새로운 곳에 도착해서는 빠르게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찾는 것이 우선이 되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를 찾는다고 하더라도 운영을 안 할 때가 많았다. 또한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작동을 멈추어 그냥 계단처럼 오르내린 적도 왕왕 있었다. 의아했던 점은 노인 인구가 밀집된 지역인 동대문, 청량리, 제기동, 신설동에 계단이 가장 많았던 것이다.오히려 상대적으로 발달한 지역 혹은 젊은 인구가 많은 곳은 입구와 출구에 상행과 하행 에스컬레이터 두 대가 잘 배치되어 있었다.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의 수와 배치를 개선해 이용 편의성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두 번째로는 우리에게 주어진 제한 시간이 참 짧았다는 사실이다. 특히 횡단보도를 건널 때 다른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마주하며 크게 느꼈다. 파란불이 깜빡거리고 빨간불로 바뀌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절뚝이며 걸어가고 있자니 빵빵거리며 기다리는 운전자에게도 미안하고 얼굴이 벌게지기도 했다.푹 수그리고 걷고 있는데, 멀리서 다리를 끌면서 걸으시는 할머니와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가시는 할아버지가 보여 묘한 동질감이 들면서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일도 있었다. 특히 버스의 경우 내리지 못했는데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있어 당혹스러웠다.세 번째로는 계단, 계단, 계단…! 우리 건물들은 사소한 계단과 다양한 문턱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달았으면 한다. 나는 항상 높은 계단을 보면 한숨부터 나왔다. 계단 손잡이에 의지해 걸어 올라가다 보면 바깥에서 내리쬐는 햇살이 마치 천국의 빛처럼 느껴질 만큼 힘들었다. 반대로 지하에 위치한 식당으로 내려가는 길도 마찬가지였다. 경사로라도 있으면 괜찮은데 공공기관이나 일부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있는 경우가 더 드물었다. '턱'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꽉 막혔다.걸음이 불편하시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거나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시는 분들, 장애인분들은 매일같이 이런 불편을 감수하고 계신건지, 이런 상황을 그저 받아들이고 통증을 스스로 이겨내야만 하는 것인지, 대안은 없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과연 이런 상황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부당한 일이며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엔 퇴행성 관절염이나 연골연화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젊은 사람부터 나이 드신 분까지 참 많다. 언제든지 무릎이 아플 수 있으며 이제는 남 일이 아닌 것이다.자신이 처해 있지 않은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진정한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너무나 빨라져 버린 세상에서 우리는 서로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공감할 필요성조차 못 느낀다. 무한 경쟁 사회가 관심과 집중의 방향을 스스로에게로 만 돌려버린 것일까.장기 휴식 이후 무릎이 다 나은 지금 내 일상은 원상복귀되었다. 이제 주변 상황은 내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지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지금도 지하철역에서 느릿느릿 걸어 다니시는 노인분들을 보면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이 든다. 
2023-11-13 05:00:00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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